맏며느리의 노동 2011/08/13 19:08 by 카피올라니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마트에 나온 태양초가 미덥지가 않았다. 그래서 안하고 싶었는데......
두 집에서 1년 동안 먹을 고추를 사다 놓으시고는 시어머니께서 호출이시다.
고추장 담그고 김장 고춧가루로 쓸 요량으로.
고추꼭지를 손으로 하나씩 따고 하얗게 삶은 행주로 고추를 하나 하나 정성들여 닦는 그 날이 온 것이다.
1.8kg 짜리 자루가 6개. 마루로 하나 가득이다. 많은 건 아니라고 자꾸 강조하신다. ㅠㅠ
후아~~

네 시간을 일하고 나니 엄지 안쪽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휘청, 하늘이 노랗다. 좀 쉬며 할 걸.
무엇보다 매운 고추를 만진 손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다. 예전에 친정 엄마는 김치를 담그고 나셔서 빨래를 한 보따리 하시곤 했는데 그 생각이 나서 닦는데 쓴 행주를 빨래비누 묻혀서 빠득빠득 문지른다. 그래도 뜨겁다.

자취를 찾기 힘든 이 노동의 댓가는 무엇일까? 깨끗하기야 하겠지. 빻아 놓은 고춧가루에서 먼지 냄새 안나는 것. 김치 빛깔이 곱다는 칭찬. 사먹는 고춧가루보다 좋을 것이라는 자부심?

아무래도 내 딸이나 며느리에게 대를 물릴 노동은 아닌 것 같다.


덧글

  • 허수아비 2011/08/13 19:32 # 답글

    훌륭하십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음식은 다 정성이 있었서~~
    아직 까지는 마-트에서 나오는 "장류" 보다는 개개인 가정표가 더 좋지요.
    맏며느리가 안이라도 배워야 하는데 ~~ 세상이 이런이..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 카피올라니 2011/08/14 09:09 #

    이크... 끝까지 읽으셔야죠. ^^;;;

    즐거운 주말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도 보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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