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로그 마이가든

달팽이네 집

kapiolani.egloos.com


http://bookrv.ibrary.co.kr
by 카피올라니


books 헌 책들.. 2012/05/17 12:23 by 카피올라니

얼마 전 아이들의 책꽂이를 정리했는데 중고서점에 내다 팔 것들을 다 추려서 한 번 들고갈 만큼 책을 내다 팔았다. <소녀심리백과>나 <우동 한그릇> 같은 책들이다. 혹시나 하고 한병철의 <피로사회>가 있나 하고 봤더니... 아싸~
얇은 책이 만원이나 해서 안사고 버티고 있었는데... 한 달 쯤 된 책인데 벌써 헌책방에 나왔다. 일단 산다.

트루먼 카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세 권이나 비치되어 있다. 2900원. 이것도 산다. 트루먼 카포티의 글은 이 책 말고는 읽어본 게 없는데 이 책은 세 번 쯤 읽은 것 같다.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가지고 있고 싶다. 트루먼 카포티의 글은 쿨하다고 할까... 멋지다는 의미가 아니라 글의 온도가 그렇다. 어찌보면 냉정하고 어찌보면 현실적이다. 따뜻함이 없다는 건 위안은 받지 못하지만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반전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딘가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구석이 꼭 숨어있다. 그리고 넘치지 않는 단어의 선택과 조합. 뛰어나다.

책 사고 혼자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었는데 하늘이 잔뜩 찌뿌린데다가 비가 살짝 흩뿌리기 시작해서 어정쩡해졌다. 결정적으로 가슴이 마구마구 두근거려서 커피를 마셨다간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 될까봐 참기로 한다. 가끔 그러는데 건강 진단에는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집에 와서 밥을 한- 그릇 먹었더니 가슴 뛰는 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고요해졌다. ^^ 배가 고파서 그런거였을까?  배고프면 막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화내고, 급해지고, 그렇긴 한데... (아이구... 위하고 심장하고 같냐?)

books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2012/05/15 20:53 by 카피올라니

예전에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 였다. 한 달에 다섯 권의 책을 읽고 그 목록을 써내면 1인용 피자헛 무료티켓을 학교에서 줬다. 오잉? 이거 뭐지? 아이가 물었다. " 왜 내가 책을 읽었는데 무료 피자를 줘?" 아이가 생각해도 이상했었나 보다. "책 읽은 건 좋은 일이니까 칭찬하느라 그런가부지."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 쓴 자구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의 가치를, 그것에서 느끼는 재미를 재화로 치환함으로써 본질적 의미를 변화시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자헛의 상술. 아이들의 어릴 적 입맛을 사로잡는 광범위한 투자에 대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나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다지 교육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이클 샌델의 이 책은 책을 읽고 피자를 받거나, 출산 허가권(중국)을 거래하거나, 돈을 받고 대리로 줄을 서주는 행위 등등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윤리적 도덕적 생활 범위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시장지상주의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고 판다는 행위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가 과연 이런 곳이었을까?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자인지 아닌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제기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과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어떤 가치가 지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도 존재한다. 부부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늦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벌금제도를 도입했더니 늦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롭다. 벌금이 없었을 때는 사람들이 늦으면 교사의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에 일말의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느꼈었는데 벌금을 내면서부터는 교사의 시간을 돈으로 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사실 벌금이 아니라 요금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 당당하게 늦게 온다는 것. 이 제도를 시행한 목적은 교사가 푼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고 지각하는 부모들을 줄이기 위함이었는데 사실상 실패한 경우다.

또 한가지 사례는 스위스에서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하는 문제로 적당한 지역이 선정되었는데 그 지역 주민에게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예비투표를 한 결과 찬성표가 많았다는 사실. 주민들이 생각한 것은 공공선이었다. 어차피 꼭 필요한 일이라면 우리가 수용하겠다. 라는 것인데 선정되면 이런 저런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고 다시 투표를 했을 때 반대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몇 배로 늘려도 비슷한 결과. 돈으로 사람들이 가졌던 공공선에 대한 가치가 축소되고 평가절하되어 인센티브가 역풍을 맞게 된 경우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장의 한계 뒤에는 이런 도덕적 판단이 숨어있다.  대학 입학을 돈으로 살 수 없다거나 응급실 사용을 위급한 순서대로 한다는 것, 자녀를 팔거나 투표권을 팔거나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 관습, 인간관계 등에서 사회적 재화를 평가하는 공적 담론들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있었던 무상급식 문제나 사회복지에 대한 여러 과제들에 대한 해법들이 설왕설래되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태도나 규범들을 변질시키지 않고 가능한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어쩌면 정치나 윤리에 관한 책으로 읽힌다. 

시장이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촘촘히 짜여진 금융자본주의의 끝을 보고 있자면 돈이 무섭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에게 닥친, 내 살갗에 닿는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팔아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말이 더 사무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모임. 2012/05/08 17:46 by 카피올라니

학부모 모임에 나가서 얼굴만 간신히 아는 사람들이랑 몇 시간을 떠들었다. 뭔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고,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하여간 말을 너무너무 많이 해서 내 영혼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털레털레 집에 돌아오니 목 위 쪽으로 텅 빈 느낌...

books 상처적 체질. 류 근. 2012/05/02 20:49 by 카피올라니

상처적 체질

                                                  류 근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 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 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 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찌기 이름을
 붙여 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리지는 못하였으므로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수위실 쪽으로 걸어가다 무심코 하늘을 봤다. 내 앞을 가로막는 노을.


books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012/04/26 10:02 by 카피올라니



읽고 빠져나오기 힘든 책이다.
많은 소설들이 삶의 비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시간이 쌓여야만 그 참뜻이 무언지 깨닫게 되는구나 라고 하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달까... 매력적이지 않은 늙은 뚱보 아줌마 올리브 키터리지가 주인공이고 연작 형식으로 메인 주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단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나오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가졌다.

일상. 그럭저럭 산다는 말. 그 말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다고 올리브는(작가는) 생각한다. 맞다.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기를 바라고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건 없다.

" 자식이 처음 열이 나는 날부터 시작해서 걱정이 끊일 날이 없지." p35

사랑과 위안과 고통이 부서지듯 터져나와 가슴 속에 스며드는 책.

http://kimyoungha.libsyn.com/episode-29--1
김영하의 팟캐스트. "올리브 키터리지" 중 <약국>


나의 성격 2012/04/24 11:57 by 카피올라니

내 성격에 대해 가장 많이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엄마는 왜 그래?' 로 시작하는 공격들. 약속 잘 안지키고, 이랬다 저랬다 하고,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고... 때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것들이 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대개는 인정한다.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결함이라 생각하고 노력을 잘 안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검토 하던 일이 어그러져서 완전 처음으로 돌아갔다. 일이 될 것 같기도 했는데, 그 쪽에서 요구한 사항에 내가 yes를 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즈니스를 위한 꼼순데 원칙적으로 아니다 싶어서 안한다고 했다. 부탁에 부탁을 했지만 찝찝하기도 했고, 꼭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그리고 그 뒤 내가 부탁을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그쪽이 '갑'이 되었고 어쩌면 당연히 일이 안되었다. 영향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 뒷 일을 위해서 앞에 맘에 안드는 일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랬어도 내가 했을까? 싶다.

운동을 하는 곳에서 내 성격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얘길 들었다. 까다롭다고... 다른 것 없다. 룰을 잘 안지키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지적했다.(나도 피곤하다.) 금지된 물품 쓰지 말자고 주장했다. 원하지 않는 자리는 안갔다. 그런 얘길 하든 말든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살면서 까다롭다는 말을 들은 게 내 기억엔 처음이라... ^^;;

살면서 검증되어 내 원칙으로 굳어진 많은 것들 중에 혹시 내 개인적인 경험에만 비추어 단단하게 굳은 살이 박힌 게 없나 돌아볼 필요는 있다. 나이들면 유연함이 사라지니까. 더구나 살다보면 내 개인의 가치와 엄마로서 혹은 여자로서 가지는 가치들이 충돌할 때도 생기는 법이고 성격이라는 범주로 묶어서 보기엔 좀 무리한 면도 있지만, 뭔가를 얻기 위해 다른 어떤 것을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게 좋은 거? 난 이 말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서 까다롭다는 소릴 들은건지...


music 짙은. 백야 2012/04/23 09:46 by 카피올라니



주말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사흘 째 계속된다. 음... 비가 좀 와야 해. 이렇게 생각했지만 토요일은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둘째 날은 우중 산책을 했다. 날리는 비를 그대로 맞은 우산을 든 손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추웠다. 집에 돌아와 커텐을 내리고 보일러를 살짝 넣었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날 맞아준 것은 다시 비와 안개. 행동도 느려지고 사고도 느려지고 모든 게 다운된다.

짙은의 백야는 내가 힘들었을 때 들었던 곡. 오늘 아침 다시 들으니 그때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