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요즘 읽는 책들 2018/02/14 00:01 by 카피올라니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아버지의 유산 / 필립로스
전쟁터의 요리사들 / 후카미도리 노와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한줌의 먼지 / 에벌린 워
베를린 일기 / 최민석

바깥은 여름/ 김애란 
동명의 단편이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단편들을 묶은 모음집의 제목이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상실과 상처를 견디는 사람들의 심리적 온도는 겨울일 터... 나와는 다른 타자들의 일상과 삶의 태도가 여름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단점은 착하다는 것. 하지만 장점도 착하다는 것이다. 뭔가 삐뚤어지는 모습이나 복수를 꿈꾸는 모습이 나오면 덧나냐?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드디어 수 천 페이지에 달하는 나폴리 4부작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는 그 중 4번째 책이다. 읽을 권 수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며 아껴가면서 조금씩 꺼내 읽었음에도 다 읽어 버렸다. 에혀,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당분간은 올림픽 본다쳐도...
굉장한 힘을 가진 이야기다. 시대와 사회와 자신의 인생과 주변 사람들의 인생까지 갈아넣어 만든 듯한 대서사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누에게서 사라진 릴라의 맘이 충분히 이해될만한 이야기다. 이만큼 화려하고 솔직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려본 책은 이제껏 내가 본 책 중에 드문 경우다.

나머지 책들은 아직 대기 중... 나폴리 4부작을 읽고나니 다른 책들은 좀 쉬워 보인달까...

길냥이의 보은(?) 2018/02/06 16:40 by 카피올라니

햇님이가 세상을 떠난지 1년 반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다시 개를 기를 것인지 1년 반 동안 합의를 하지 못했다. 남편은 아직도 강사모에 열심히 들락 거리면서

포항에 잭러셀테리어가 나왔네?
포항 너무 멀어.
그럼 이번엔 가까워 부천이야.
저녁 먹고 한 번 가볼까?
......

뭐 이런 대답 없는 메아리 같은 대화가 오갔지만 정작 결정의 끄트머리에 가면 다들 발길을 돌리곤 했다. 이유는 한 가지. 집에 사람이 있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 그렇다고 두 마리를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고...... 햇님이를 데려왔을 때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어서 늘 사람이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버렸고 교환학생이니, 유학이니 하는 얘기가 오가고 있는 터라 결국 우리 부부 차지가 될 게 뻔한 일이었다. 남편은 일찍 나가 밤늦게 오고, 나 역시도 예전과 다르게 알바 2개에, 모임에, 운동에 이러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밖으로 도니까 말이다. 우리 좋으라고 데려다 놓고 외롭게 만든다면 그건 안데려오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이고 있다.

그러던 차에 딸이 동네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고 그게 거의 1년 반이 되었다. 7.8kg짜리 사료푸대로 이번이 네 번 째니까 꽤 된 셈이다. 우리 빌라 주변과 골목에 사는 냥이들에게 우리만의 이름도 붙여줬다. 호두, 얼룩이, 턱시도. 지난 여름에 다용도실 뒷편 빌라 마당에 사료를 주다가 모기장 여닫는 틈을 타 모기가 집에 출몰하는 바람에 빌라 앞마당으로 사료주는 장소를 옮겨야 했는데 이걸 얘들한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냄새맡고 찾아올까? 방을 써붙일 수도 없고 말이지... 이랬는데 하루는 사료를 주다가 얼룩이를 만났다.
" 여기에 이제 밥 못줘. 저~기. 쩌어~기. 앞으로 와. 꼭 와야 돼~"
손짓, 몸짓 섞어서 큰 소리로 떠들었는데 얼룩이는 두 발을 모으고 가만히 앉아서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 말을 알아 들었는지 그날 저녁부터 빌라 앞마당으로 왔다. 헷갈리지도 않고 바로! 그 날 저녁에.

이번 겨울이 너무 너무 추워서 애들이 걱정됐다. 햇님이가 쓰던 케이지를 안쪽에 뽁뽁이로 다 막고 바닥에 푹신한 쿠션 매트를 하나 깔고 뽁뽁이 이불도 안에 넣어 베란다에 내어 놓았다. 우리 집은 빌라 일층이라 화단이 가깝다. 문을 베란다 벽쪽으로 틈을 살짝 두고 돌려 놓아서 자기들 드나드는게 안보이게 하고 그 앞에 밥그릇도 함께 놓았다. 신경쓰지 말고 추위를 피하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는데 와서 밥만 먹고 도통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었다. 베란다 유리 너머로 살짝씩 훔쳐봐도, 아침 일찍 커텐 걷고 건너봐도 와서 자진 않는 것 같았다. 가끔 보면 낙엽이나 까만 먼지 같은게 있는 것으로 보아 잠깐씩 쉬는 장소 정도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얘들이 안오네? 저거 비싼건데.. 그냥 들여놓을까?
아마 따뜻한 곳이 있나보지. 지들만 아는. 누구집 보일러실이라든지...
그러면 다행이고.
이번 주까지도 안쓰면 들여놓지 뭐.

이랬는데 어느 날인가는 보니까 얼룩이와 호두가 그 안에서 웅크리고 붙어서 자고 있는게 보였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몇 일은 그냥 두고 보면서 없을 때(오전에만 온다) 밥만 살짝 주고서 돌아나서려는데.... 깜짝 놀랄 일이......
그 케이지 안에 새의 깃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흑.... 이놈들 새를 잡아먹었구나... 으휴....
사료가 모자랐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담날은 사료를 곱배기로 놓아주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몇 일 전 베란다 유리 너머로 그 집을 들여다 봤을 때 뭔가 거뭇한 게 있었던게 기억난다. 그 때는 얘들이 들어가 자지도 않던 곳인데 새를 잡아서 여기까지 물고 와서 먹었을까?

추리1. 챙겨주는게 고마워서 나를 대접하느라 새를 가져왔다가 내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몇 일이 지나니까 지들끼리 나눠 먹음. 그게 아니면 저녁에 잠자는 아지트는 따로 있는데 굳이 여기에 새를 가져올 이유 없음. 사료도 있는데...

추리2. 사료를 훔쳐먹는 새를 응징함. 가까운 케이지에 보관하다가 나눠 먹음.

뭘까? 뭐니? 얘들아... 길냥이맘들 얘기 읽어보면 냥이들이 가끔 쥐도 잡아다가 신발에 넣어 놓는다고 하던데, 그런거니? 하아... 사료만 먹으라거나 채식만 하라고 할 수 없지만 새도 됐고, 쥐도 됐다. 걔들 그냥 겁만 주면 안되겠니... 이걸 또 어떻게 전달하지???? 충분히 고맙고, 난 됐다고 ㅠㅠㅠㅠㅠㅠ





괜찮은 전시 두 가지 2018/02/03 18:32 by 카피올라니


신여성 도착하다


오늘의 작가상 2017

걷기모임에서 요즘 너무 추운 관계로 지난 달과 이번 달 전시를 두 편 봤다. '건물 안에서 걸어다니자' 이런 취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7 오늘의 작가상은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내용이 좋아서 추천 !!!


패터슨 2018/01/21 22:11 by 카피올라니

시같은 영화 패터슨을 보았다.
뉴저지 패터슨시에서 버스 드라이버로 일하는 패터슨은 시를 쓴다.
매번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의 눈에 비치는 평범한 사물들은 시가 된다.
패터슨과 함께 사는 로라는 패터슨과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즉흥적이고 예술적이다.
나는 둘의 관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둘은 많이 사랑하지만 서로의 세계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다.
서로 격려해주고 각자의 세계를 인정해준다. 그렇지만 간섭이 없다는 것에 내가 괜히 불안함을 느꼈는지 뭔가 위태로워 보였다.
관계라는 건 그런게 아니여~ 이러면서 꼰대같은 얘기를 막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짐자무쉬감독은 시와 같은 압축을 통해서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좀 더 심오한 어떤 것을.

로라가 '패터슨'이라는 시집을 낸 뉴저지 출신 시인의 이름을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라고 하자 패터슨은 '카를 윌리엄스 카를로스'라고 정정해 준다. 로라는 실수를 인정했지만 며칠 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결정적인 순간(스포일러라 말 못함)이 지난 뒤 지하실에서 발견한 책에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이라고 쓰인 것을 패터슨은 보게 된다. 로라가 맞고 자기가 틀린 것. 결정적 좌절에 이어 연타로 피쉬가 된 것.
살면서 나 또한 패터슨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일본 시인의 '아하~' 와 같은 선문답을 통해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패터슨의 눈에 비치는 햇살은 일주일 전 그 햇살과는 다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변주 속에서 일어나는 시의 탄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촉촉해진다.

music Across the Universe 2018/01/08 21:28 by 카피올라니


광고에 Rufus Wainwright 버전으로 나온 비틀즈의 노래 Across the Universe가 커트 코베인 버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

books 책책책 2017/12/31 15:34 by 카피올라니

올해 알바가 12월 중순에 끝나 한가로워지니 운동도 더 하게 되고 책도 더 읽게 되서 좋다.

그_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이렇게 책을 더 빌려왔다. 그리고 그 중 나폴리 4부작인 엘레나 페란테의 책을 2부까지 읽었다. 오늘, 내일 도서관이 휴무라서 책을 빌리러 갈 수 없는데..... 아예 3권까지 빌려 올 걸... 하다가 다른 기타 일들을 안하고 독서에만 집중할까봐 일부러 빌리지 않았는데 다 읽어버리고 나니 조바심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엘레나 페란테의 책은 굉장하다. 이야기의 다채로움도 그렇지만 힘이 엄청나다. 아주 오래 전에 이사벨 아옌데의 책을 처음 봤을 때 생각도 나는데 그보다 훨씬 박력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시각, 무엇보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통해 펼쳐지는 캐릭터의 생생함. 아주 오래 전에 잊고 있었던 '나의 릴라' 에 대한 기억도 새롭게 튀어 올라왔다.

연말연시에 책만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저녁엔 외출을 하기로 했다. 스타워즈를 보러 갈 예정이다. 아웅~

books 읽는 책들 2017/12/26 19:18 by 카피올라니

영어 습득의 이해 / 유원호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 윤고은
화요일의 티타임 / 노시은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제프 다이어
전쟁에서 살아남기 / 메리 로치

아래 두 책은 전에 빌려왔던 책인데 아직 읽고 있다. 기시 유스케 책은 글쓰기를 위한 여러가지 실제적인 팁들이 있어 요긴하게 보고 있다. 메리 로치는 독서회 책이고, 제프다이어 책은 예전에도 봤었는데 뒷 부분을 다시 보기 위해 빌려왔다.

12월 말과 1월은 그나마 시간이 좀 나는 것 같아서 열심히 책을 읽고 운동을 할 예정. 이 두 가지는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들이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치우고 부엌 불을 끄는 순간, 바로 내 방으로 달려가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정작 방에 와선 핸드폰 들여다 보고 뉴스 보고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다 써버리긴 하지만...... 책상을 하나 가득 차지하고 있던 쓰레기들을 다 정리해 갖다 버리고 공간을 확보해 놨다. 그림도 앞에 붙여 놓고 필통도 정리해 놓고. 이제 앉기만 하면 된다. 침대야, 이제 우리 헤어져. 아니, 밤에만 만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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