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 였다. 한 달에 다섯 권의 책을 읽고 그 목록을 써내면 1인용 피자헛 무료티켓을 학교에서 줬다. 오잉? 이거 뭐지? 아이가 물었다. " 왜 내가 책을 읽었는데 무료 피자를 줘?" 아이가 생각해도 이상했었나 보다. "책 읽은 건 좋은 일이니까 칭찬하느라 그런가부지."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 쓴 자구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의 가치를, 그것에서 느끼는 재미를 재화로 치환함으로써 본질적 의미를 변화시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자헛의 상술. 아이들의 어릴 적 입맛을 사로잡는 광범위한 투자에 대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프로그램이 진행되고나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다지 교육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마이클 샌델의 이 책은 책을 읽고 피자를 받거나, 출산 허가권(중국)을 거래하거나, 돈을 받고 대리로 줄을 서주는 행위 등등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윤리적 도덕적 생활 범위까지 시장이 확대되는 시장지상주의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고 판다는 행위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가 과연 이런 곳이었을까?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자인지 아닌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제기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과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어떤 가치가 지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확대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도 존재한다. 부부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늦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벌금제도를 도입했더니 늦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롭다. 벌금이 없었을 때는 사람들이 늦으면 교사의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에 일말의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느꼈었는데 벌금을 내면서부터는 교사의 시간을 돈으로 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사실 벌금이 아니라 요금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 당당하게 늦게 온다는 것. 이 제도를 시행한 목적은 교사가 푼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고 지각하는 부모들을 줄이기 위함이었는데 사실상 실패한 경우다.
또 한가지 사례는 스위스에서 핵폐기물 처리장을 선정하는 문제로 적당한 지역이 선정되었는데 그 지역 주민에게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예비투표를 한 결과 찬성표가 많았다는 사실. 주민들이 생각한 것은 공공선이었다. 어차피 꼭 필요한 일이라면 우리가 수용하겠다. 라는 것인데 선정되면 이런 저런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고 다시 투표를 했을 때 반대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몇 배로 늘려도 비슷한 결과. 돈으로 사람들이 가졌던 공공선에 대한 가치가 축소되고 평가절하되어 인센티브가 역풍을 맞게 된 경우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장의 한계 뒤에는 이런 도덕적 판단이 숨어있다. 대학 입학을 돈으로 살 수 없다거나 응급실 사용을 위급한 순서대로 한다는 것, 자녀를 팔거나 투표권을 팔거나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 관습, 인간관계 등에서 사회적 재화를 평가하는 공적 담론들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있었던 무상급식 문제나 사회복지에 대한 여러 과제들에 대한 해법들이 설왕설래되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태도나 규범들을 변질시키지 않고 가능한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이 책은 경제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어쩌면 정치나 윤리에 관한 책으로 읽힌다.
시장이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촘촘히 짜여진 금융자본주의의 끝을 보고 있자면 돈이 무섭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에게 닥친, 내 살갗에 닿는 구체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팔아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말이 더 사무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